결혼 기념일
결혼 36주년이다.
엊저녁에 사소한일로 싸우다가 결국은 모두다가 격한 마음으로
안해도 될 말까지 하고야 만다.
쇼파에서 잠이 들었기에 그가 좋아하는 연속극을 하기에 깨워 준다.
안방에 들어가 이브자리를 펴놓고는 다시 나와서 TV를 함께 보고있다.
결국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아침을 맞이한다.
식탁에다 아침준비를 하고 '식사 하세요' 하고는
난 쇼파에 앉아서 TV만 보았다.
그가 운동을 하러 나간후 나도 공원으로 향한다.
동네를 조금 벗어난 곳에 큰공원이 있다 하기에 그곳을 물어서 간다.
예전에 미군부대 자리라고 한다.
몇십년을 주둔한 곳이기에 큰나무들과 길이 넓어서 좋다.
약간의 손질만 한곳이기에 막사인지 사무실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땅바다닥에 그모습들이 그대로임이 무슨 유적지의 사지인양....
그래도 넓은 축구장과 야구장이 있어서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좋을듯.
공원을 한바퀴도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두바퀴를 도는데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기에 집으로 향한다.
돌아오면서
왜 나는 어제 그가 말할때 웃으면서 넘기지 못했나를 생각하고 있다.
집에 들어서니 그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질 않았다.
한참 있으려니 그가 들어오고 있다.
'나도 그공원엘 갔었는데... ' 하니 은행에 들렸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서먹서먹함을 피할려고 서로가 나름대로의 뭣인가를....
시간이 오래 흘렀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에 난 집앞의 쇼핑쎈터에 갔다온다.
'점심은 빵으로 할까?' 하고 물으니 상추쌈을 먹고 싶단다.
돼지고기를 고추장에 재워둔것이 있기에 그것으로 점심을 먹는다.
열심히 밥만 먹는다.
설것이를 하고는 ' 오늘 저녁은 뭘 먹지?' 하고 그냥 흘리는말로 지껄여 본다.
그는 '건너편에 맛있게 하는 칼국수가 있다는데... 비도 오고 하니 따뜻한것이나 먹지! ' 한다.
아무말도 건네지 않았다.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야'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